통일, 외교, 행안, 북한

곡성군수 유근기 이임사

임보환 편집인 multiis… 0 98

오늘이 정말 오긴 오네요.무슨 말을 해야할지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고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이라서마음의 준비도 많이 하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그런데 막상 여러분들 앞에 서니까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먼저 오늘 이임식을 준비해 주시고,이렇게 떠나는 길까지 함께해 주고 계신 여러분들께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바쁜 여러분들을 마지막까지 고생만 시키는 것은 아닌지 송구스럽네요.

살면서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평생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죠.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이 그렇고,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해야 하는 일도 그렇습니다.하지만 무엇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누군가로부터 떠나야 하는 일,그것만큼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 이곳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내일도 자고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출근해서 여러분들을 마주하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자꾸 여러분들이 결재판을 들고 찾아올 것만 같고,내일 당장 국비 확보를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또 군민들을 만나게 되면 잘 지내시는지,뭐 필요한 것은 없는지 여쭤봐야 할 것도 같습니다.

아마 이임식이 끝나고 오늘 오후나 내일쯤군정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될 때,더이상 바쁜 아침을 준비하지 않아도 될 때,혹은 반가운 군청사를 그냥 지나쳐야만 할 때,그제서야 비로소 떠나온 것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리고 그때가 되면 여러분들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저는 세상에 기적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이제와서 돌아보니 사실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게 많은 제가 군민들로부터 소명을 받은 것도 기적이었고,민선 6기를 마치고 다시 한 번 신임을 받은 것도 기적이었습니다.한파 속에서 국회의장배 유소년 축구 대회를 열었을 때폭설로 인해 하얗게 뒤덮인 운동장을힘을 합쳐서 푸른 녹색의 운동장으로 녹여낸 것도 생각납니다.

2016,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위기를 기회를 바꾸자는저의 칼럼이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영화곡성의 흥행으로 이어진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덕분에 우리 군 브랜드 가치의 수직 상승은 물론제 이름이 네이버 검색순위 1위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20208월 사상 최악의 호우 피해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희망을 나눴습니다.그리고 온 마을과 기관단체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만든 미래교육재단은대한민국 농어촌 교육의 새로운 롤모델이 됐습니다.

이런 걸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무엇을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까요?그야말로 지난 8년은 제게 기적같은 시간들이었고,그리고 여러분은 그 기적같은 시간들을 함께했던기적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곡성의 미래를 물음표가 아니라느낌표로 바꾸어 왔습니다.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에 도전했고,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을 이뤄냈습니다.앞서 성과 보고와 영상에서 보셨기 때문에일일이 그것들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다만 우리의 손길과 숨결로 피어난 그 모든 것들이조금이라도 군민들의 삶 속에 행복으로 느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성과에도 곡성은 여전히 부족합니다.더 채워가야 할 것, 더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하지만 그 길이 마냥 편하고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그리 흔합니까.그 쉽다는 이케아 가구 조립도한 번쯤은 헤매는 것이 보통의 우리입니다.

많은 과제들을 남겨두고 떠나려고 하니 죄송스럽기도 합니다.그렇지만 여러분이 있기에 최대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저는 8년이었지만 여러분은 30~40년을 공직에 몸담게 됩니다.따라서 여러분들이 곡성이고, 여러분의 생각이 곡성의 생각입니다.여러분이 움직여야 곡성이 움직입니다.

그동안 곡성군 대표 일꾼이라는 타이틀을 제가 사용해 왔지만사실 그 칭호는 여러분들의 것입니다.여러분이 하는 순간순간의 결정과 행동들이곡성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입니다.그러니까 아낌없이, 또 주저함 없이 피어나시기 바랍니다.여러분이 원하는 곡성을 당당히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저는 군수라는 직책을 내려놓고,나를 키워준 마을과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그곳에서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저를 기다려준 가족과 사람들,그들과 함께 붉은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조용히 거닐고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군정과는 지난 시간들을 가장 빛나게 바라볼 수 있는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그동안 부덕한 것이 있었다면필멸임을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마치 불멸인 것처럼 살아온지난날의 어리석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에 대한 여러분들의 기억도 점차 흐릿해지길 바랍니다.지난 8년이 우리 군의 최고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오늘을 추억하되 그리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군에 더욱 훌륭하고 뛰어나신 분들이계속해서 나오셨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것이 우리 군이 지금의 성과를 뛰어넘어더 나은 역사를 쓰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한때 커보였던 것들이 점점 작게 느껴지고저 멀리 새로운 세계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합니다.익숙하지만 지나치게 작아져 버린 세계를 떠나야만더욱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새롭게 부임하게 될 이상철 당선인과더욱 높은 곡성의 꿈을 펼치십시오.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온 힘을 다해서민선 8기와 곡성, 그리고 군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다만 언젠가 여러분이 저를 모르는 후배 직원과 함께저와 마주칠 때가 있을 것입니다.그때 그 직원이 누구냐고 여러분께 물으면꽤 괜찮은 군수였어또는함께 일해서 행복했어!”그 정도로 회자될 수 있다면 정말로 뿌듯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하지만 덧없는 인생에서 더없는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우리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의 길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인 것이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끝이 빤히 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습니까.보이지 않더라도 모르기 때문에 가보고 싶고,한참을 돌아가더라도 언젠가 도달할 수 있기에살맛이 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다보면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들도 많이 생길 것입니다.하지만 제게 지난 8년간 여러분과 함께한 추억은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지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어 보면서제 삶을 싱그럽게 하는 잎사귀 하나로 삼겠습니다.

여러분!좋은 만남이란 만남의 순간보다 이별의 순간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헤어질 때 상대방을 축복할 수 있다면그것만큼 좋은 만남이 있을까요.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항상 여러분을 응원하고,여러분의 모든 순간을 축복하겠습니다.바람에 실려오는 풀잎의 은은한 향기처럼,마음을 흥얼거리게 하는 즐거운 노랫소리처럼그렇게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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